‘신고도 못 하고’…일상적 폭력에 멍드는 코리안드림

‘신고도 못 하고’…일상적 폭력에 멍드는 코리안드림

입력 2016-07-14 14:58
수정 2016-07-14 14: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회 양극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멸시·차별 수위 심해져”“법적·도덕적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필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주 외국인이 200만 명에 이르는 시대지만 한국은 여전히 많은 외국인에게 차가운 땅이다.

특히 동남아 등 한국보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와 차별은 여전하다. 이런 외국인 혐오 감정은 종종 언어·신체 폭력으로 표출된다.

지난 10일 오후 8시 50분께 1호선 경기도 양주역에서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 A(24)씨는 동료들과 축구를 하고 돌아오다 한 중년 남성과 가볍게 부딪혔다.

한국말이 서툰 A씨가 “뭐야?”라고 말하자 이 남성은 “이런 싸가지 없는놈”이라며 화를 내며 A씨를 수차례 때렸다.

당시 A씨와 함께 있던 동료가 이 장면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네티즌들이 공분했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사건 직후 사라진 이 중년 남성을 쫓고 있다. 경찰은 다만 일방적 폭행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상대가)느닷없이 욕하고 때렸다”며 ‘뭐야’라고 하길래 나도 ‘뭐야’라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나를 마구 때렸고, 나는 막으려고 팔을 휘저었을 뿐이다“며 억울해했다.

관계자들은 이런 사례가 사건화가 안 돼 알려지지 않을 뿐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지역 한 외국인 인권센터 관계자는 14일 ”일상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해도 언어적 장벽이나 혹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지난해 2월, 방글라데시에서 온 B씨는 친구들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외국인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폭행을 당했다.

B씨는 억울했지만 신고도 못 하고 현장에서 도망쳤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추방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평소 알고 지내던 인권센터 관계자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으로 분을 달래야 했다.

아산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우삼열 소장은 ”술취한 행인에게 느닷없이 욕을 들어본 적 없는 외국인 노동자는 드물 것“이라며 ”욕을 다 알아듣지만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도망치고 집에 와서 눈물 흘리는게 이들의 일상이다“고 전했다.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이처럼 혐오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누리꾼들이 올린 다양한 게시물에서 쉽게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정혜실 ‘다문화마을의 꿈꾸는 나무’ 공동대표는 올해 초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일부 언론의 다문화 가정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소개했다.

정 대표는 ‘전부 까만 사람만 남는 게 좋다고 할 수 있나’ ‘안산에 똥남아 애들 거리를 가봐라. XXXX 거기서 같이 살 수 있나’ 등 댓글을 예로 들며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됐지만 이주민을 향한 인종주의적 혐오 표현은 규제 없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삼열 소장은 ”사회가 양극화 되면서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멸시와 차별 수위가 점점 심해진다“며 ”이러한 차별은 법적 도덕적으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