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 오찬… 소통 강화에 방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무려 1시간 18분 동안 한자리에 서서 새누리당 의원 126명과 차례로 악수하고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과 한 명의 의원이 악수하며 대화할 때 다른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이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를 ‘스탠딩 개별 접견’으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화기애애하게 손을 잡은 의원 중에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근혜계 인사들도 전부 포함돼 있었다. 임기 후반기의 박 대통령이 사사로운 구원(舊怨)을 버리고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력 결집에 나선 상징적 장면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새누리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당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성공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당의 미래가 국민에 달려 있다는 것은 항상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장맛비가 계속되다가 오늘은 날씨가 맑다. 이렇게 비 온 뒤에 하늘이 더 맑고 땅이 더 굳는 것처럼 우리 당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더 강해졌고 잃어버린 민심을 다시 회복했던 슬기로운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해서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 국가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당·청이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인 만큼 계파갈등에서 벗어나 화합을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해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은 최소한 더는 첨예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다음달 당권을 둘러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계파갈등 청산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찬 도중 박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분야별로 ‘규모 있는’ 특별사면 조치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박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해 8월 1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6527명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 특사였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07-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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