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2023년 사망자 수 35만명
응답자 92% “연명의료 중단 의향”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조력 존엄사’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말기 환자에게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사회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웰다잉 논의 경향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5월 19세 이상 1021명을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82%가 ‘조력 존엄사’에 찬성했다. 조력 존엄사는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환자가 직접 투약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적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미국 일부 주와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를 먼저 확충하지 않고 이 제도를 도입하면 생명 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고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하거나 간병 부담에 지친 가족이 이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초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2020년 30만명을 돌파한 뒤 2023년 35만명에 이르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존엄사 논의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사에서 조력 존엄사에 찬성한 이들은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불필요해서’(41.2%), ‘누구나 자기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27.3%)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응답자의 91.9%는 말기 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2023년 10월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지난 1월 기준 누적 271만 9185명을 기록했다.
2025-02-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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