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천사 손꼽아 기다린다면… 심한 생리통 방치하지 마세요

아기천사 손꼽아 기다린다면… 심한 생리통 방치하지 마세요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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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의 또 다른 수렁 ‘자궁내막증’

여성성의 상징인 월경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질환이 바로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엉뚱한 곳, 이를테면 난소나 난관 등에서 자라 종국에는 극심한 통증과 출혈, 유산을 유발하는 데다 치료해도 재발이 잦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런 자궁내막증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은 의외로 낮아 자신이 자궁내막증을 가졌는지조차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 당연히 치료가 안 되고, 이 때문에 병증의 악순환에 빠져 고통을 겪게 된다. 전문의들은 최근 들어 더욱 빈발하는 여성들의 잦은 유산 중 상당 부분이 자궁내막증과 관련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쉽게 지나치기 쉬운 덫 자궁내막증에 대해 제일병원 산부인과 박찬우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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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증은 흔히들 월경의 문제로 오해하거나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탓에 환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발견율은 턱없이 낮다. 그러나 자궁내막증을 방치할 경우 여성의 난임,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사진은 제일병원 의료진이 복강경을 이용해 자국내막증을 수술하는 장면.
자궁내막증은 흔히들 월경의 문제로 오해하거나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탓에 환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발견율은 턱없이 낮다. 그러나 자궁내막증을 방치할 경우 여성의 난임,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사진은 제일병원 의료진이 복강경을 이용해 자국내막증을 수술하는 장면.


→자궁내막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강 이외의 부위에 자리 잡아 병변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자궁강에 위치한 자궁내막은 매달 임신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되며, 임신이 안 된 경우에는 자궁내막 조직이 탈락해 월경의 생리혈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자궁내막 조직이 난관을 타고 복강으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키는가 하면 반흔과 난소, 나팔관 등의 유착을 초래해 다양한 임상 증상을 나타낸다. 또 난소에 낭종을 만들기도 하며 골반 유착뿐 아니라 장이나 방광 등의 장기를 침범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자궁내막증이 새삼 관심을 끄는데….

-최근 들어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는 출산을 앞둔 30대 가임 여성에게서 잘 생기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자궁내막증은 정도에 따라 불임 및 난임의 원인이 되며 질병에 수반되는 생리통, 골반통 증상으로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따른다. 그런가 하면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보고에 따르면 다른 이유로 수술받은 환자의 2∼18%에서 우연히 자궁내막증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런 병변은 시간이 경과해 결국 증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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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우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박찬우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원인과 함께 발병률 증가의 배경을 짚어 달라.

-정확한 원인과 병태생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은 물론 월경혈의 역류, 체강 상피화생, 면역학적 요인 등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있으며 환경적 요인, 즉 서구식 식생활과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의 영향 등을 감안하면 서구화된 생활 환경에 노출된 것도 환자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자궁내막증은 임신·출산 및 수유 기간을 늘려 무월경 시기를 길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인데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의 늦은 결혼과 고령 임신이 자궁내막증 악화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자궁내막증에 의한 난임 증가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

→자궁내막증과 월경은 어떤 상관성을 갖는가.

-월경통은 1차성과 2차성으로 구분하는데 자궁내막증에 의한 월경통은 2차성으로, 초경 때부터 나타나는 1차성 월경통과 달리 주로 20대 후반 들어서 월경통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월경통과 성교통 및 만성 골반통 등이 주요 증상이나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생리통이나 체질로 오해해 다른 병변으로 수술을 받다가 자궁내막증을 확인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난임 환자의 최대 70%가 자궁내막증을 갖고 있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난임 여성은 이런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자궁내막증은 복강경검사를 통한 조직검사를 거쳐 확진하는 게 일반적이다. 복강경검사는 수면내시경처럼 마취를 거치며 복부를 제한적으로 침습하는 검사다. 물론 혈액검사와 영상 진단도 도움이 되지만 아직까지 복강경보다 더 정확한 비침습적 검사는 없다. 병력을 확인한 뒤 이학적 검사에서 자궁내막증이 의심되면 보통은 경험적인 치료를 먼저 시작하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에서 수술 치료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적용된다. 통증이 주요 증상이라면 임상적 경험에 근거해 1차적으로 소염제와 경구피임약을 사용하기도 하며, 이런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복강경을 이용한 진단을 거쳐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물론 수술도 보존적 수술에서 근치적 수술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다. 문제는 자궁내막증은 치료 후 재발이 잦아 수술 후 5년이 경과하면 전체의 40∼50%에서 병증이 재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궁내막증이 걱정되는 여성이 임신을 기피하지 않는다면 빠른 임신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는 게 의료계의 정설이다. 난임이 문제가 되는 경우 단순히 생리를 멈추기 위한 약물 처방은 치료에 도움이 안 되며, 복강경검사를 통해 중증의 자궁내막증으로 확진됐다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한 임신 시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다른 원인에 의한 시험관 아기 시술과 유사한 성적이 나타나므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가 빠르게 개방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지만 여성, 특히 미혼 여성들은 아직도 산부인과 진료나 진찰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점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된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은 생리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해서 악화되는 질환이며, 이를 방치해 병증이 심해지면 난임·불임은 물론 사회생활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자궁내막증 치료 역시 자신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생리가 시작된 후 지속되는 월경통은 물론 성교통, 만성골반통 등의 증상이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여성, 특히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에게서 이런 증상이 보이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자궁내막증의 악화 및 이로 인한 난임·불임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01-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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