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총장 주장에 ‘심기 불편’
“文총장이 말한 ‘실효적 자치경찰제’대통령 공약과 성격이 다른 것 같아
바람직한지 실현 가능성 있을지 의문
朴법무 귀국 후 文총장과 논의할 것”

연합뉴스
출근하는 문무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총장 언급의 맥락을 살펴보면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시행된 다음에 수사권을 조정하자는 얘기”라며 “그렇게 되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 총장이 얘기한 자치경찰이라는 게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만들어 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면서 “중앙경찰 기능을 거의 없애고 풀뿌리 지방경찰에 권력을 넘겨주는 형태인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18년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2019년부터 전면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발언대로면 현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로드맵은 엉키게 되는 셈이다.
자치경찰 개념도 다소 다르다. 문 총장이 언급한 ‘실효적 자치경찰제’는 현재 지방경찰청별로 존재하는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보안수사대 등의 역할만 국가경찰이 맡고 나머지 민생치안 사안 등은 오롯이 자치경찰이 책임지는 형태를 뜻한다. 반면 지난 1월 청와대가 밝힌 권력기관 개혁안을 보면 국가경찰 역할은 상당 부분 존속하되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 경찰권의 오남용을 막도록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문 총장의 발언이 시간 벌기 성격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수사권 조정 협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박 장관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한 내용을 구체적인 것까지는 문 총장과 상의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이 해외에서 돌아오면 논의할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에는 (문 총장과의 협의에) 간격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뭔가 진전될 때마다 단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8-03-31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