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빈곤 퇴치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원조를 하고 있는데도 왜 빈곤국가 사람들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첨단 과학이 판을 치는 21세기에 왜 인류의 절반 이상은 최소한의 기술혜택조차 누리지 못할까.’ 빈곤국가의 궁핍한 삶과 그곳에서 확인되는 과학기술의 불모현상에 고개드는 의문들. ‘빈곤은 저들의 숙명’이란 말로 그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세상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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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과학기술자들’(SEWB)은 바로 그 빈곤국가 사람들의 열악한 삶을 바꾸기 위해 뛰는 사람들을 소개한 책이다. SEWB에 몸담아 실무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적정기술’이야말로 빈곤 퇴치와 과학기술의 균형잡힌 혜택의 첩경임을 사례를 들어 풀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적정기술’이란 ‘현지의 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해 현지인들의 필요에 맞게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용되는 기술’로 요약된다. ‘빈곤은 대량생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에 의한 생산을 통해서만 해결된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손물레 운동’(1920년)이 그 기원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1973년)고 주장했던 E F 슈마허의 ‘중간기술’이나 폴 폴락의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2007년)이 모두 ‘적정기술’을 표방한 실천적 대안운동으로 꼽힌다. 책은 그 ‘적정기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대안적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식수난을 겪는 남태평양 섬에 빗물탱크를 설치해 준 대학교수, 아프리카 사막에 우물을 파는 비정부기구(NGO),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 오지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준 대학생 봉사단…. 특히 지금까지 각국 기업과 국제사회의 원조가 번번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를 ‘지속가능성의 무시’라고 꼽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비록 책 속에 소개된 ‘적정기술’의 방향과 성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그 정신은 또렷하게 하나로 모아지는 듯하다. ‘시장가격의 높은 장애물 뒤에 놓인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넘을 수 있는 낮은 울타리 뒤의 기술을 추구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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