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꽃보다 아름답나니/김성곤 논설위원

[길섶에서] 꽃보다 아름답나니/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입력 2018-11-07 22:40
수정 2018-11-08 00: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뭇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단풍철이 끝나가고 있다. 설악산에서 시작해 한라산에 이르러 마감하는 단풍은 10월 한 달이 정점이다. 이 즈음엔 어디를 가도 지천에 단풍이다. 잎이 10개 안팎으로 갈라지는 당단풍은 물론이고, 홍단풍, 아기단풍, 느릅나무, 고로쇠나무, 피나무, 은행나무…. 길가에 나뒹구는 플라타너스 너른 잎도 나름의 색깔로 가을을 전한다. 한바탕 추위가 지나간 뒤에 다시 포근한 가을이 찾아와서인지 마지막 길을 재촉하는 단풍은 곱기만 하다. 햇살이 좋고, 일교차가 크면 단풍이 깊다더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름이 나기로는 설악산과 오대산, 주왕산, 내장산을 손에 꼽지만 태백산 서리가 녹아 붉은 속살이 드러난 주목을 보고 난 뒤 하산길 유일사 입구에서 만나는 단풍도 설악산 못지않다. 북한산 오르는 길목에 이슬 머금은 선지처럼 붉은 단풍은 이른 아침 부산을 떤 데 대한 보상인가. 꽃은 꺾어서 집에 두지만, 단풍은 눈으로 느끼고, 가슴에 담아 집으로 가져온다. 엽록소의 파괴로 생겨나는 과학적 현상이라지만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고, 깊은 맛이 있다. 늙어가는 것에 꼭 추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삼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2018-11-0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