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무거나/임태순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무거나/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3-03-06 00:00
수정 2013-03-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동네 도서관에 갔다 자판기에 ‘아무거나’라는 음료수가 있는 걸 보고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자판기에 있는 콜라, 사이다 등 음료수 중 하나에 아무거나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다. 목은 축여야 하는데 딱히 마시고 싶은 음료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저절로 손이 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출도 쏠쏠할 것 같다.

‘아무거나 심리’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된다. 직장에서 ‘오늘 점심 뭐 먹지’ 하면 돌아오는 답이 아무거나다. 그래서 아무거나를 파는 식당도 있다고 한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등 메뉴 중 하나에 아무거나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이다.

주관이 분명한 서양인들에게는 ‘아무거나 문화’가 잘 이해 가지 않겠지만 개인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우리들에겐 아주 익숙하다. 아무거나는 상대편 의사를 알 수 없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때론 편할 때도 많다.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거나 사소한 것을 둘러싼 대립이나 갈등이 없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거라도 없었으면 우리 사회는 좀 더 각박하고 여유가 없지 않았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3-03-0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