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통업체의 고질적 ‘갑질’ 뿌리 뽑아야

[사설] 유통업체의 고질적 ‘갑질’ 뿌리 뽑아야

입력 2014-12-17 00:00
수정 2014-1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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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부당한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또다시 드러났다. 유통업계를 좌지우지한다는 롯데마트, 이마트, 현대백화점이 그 주인공이라니 더욱 어이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창고형 할인매장 ‘VIC마켓’ 4개 점포에서 모두 1456차례 시식 행사를 열면서 비용 16억 500만원을 149개 납품업체에 미리 상의도 하지 않고 떠넘겼다고 한다. 판촉 행사를 할 때 납품업체와 분담률과 액수를 사전에 약정하지 않고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을 어긴 것이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납품업체에 다른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상품 정보를 요구했다가 적발됐다고 한다. 경쟁 업체보다 유리한 상품 공급 조건을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로 이어질 소지가 큰 만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형 마트는 이미 ‘슈퍼 갑’이다. 갈수록 세력을 넓혀 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더불어 지역의 서민 경제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대로는 살기 어렵다는 중소 상인들의 목소리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대형 마트 의무 휴업일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없었던 일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의무 휴업일 지정 제도가 골목 상권 보호에 그토록 실효성이 없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대형 마트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많은 대형 마트가 벌써부터 대형 포장이 오히려 비싼 눈속임, 정상 가격 그대로 받는 엉터리 할인,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경품 빼돌리기 등 소비자를 우롱하거나 속이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납품업체 압박의 부작용은 마트마다 용량이 다른 상품을 공급해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기만 행위로 현실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억 8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한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억 9000만원씩을 부과했다. 롯데마트에 비용 떠넘기기로 얻은 이익보다 적은 과징금을 매긴 것은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 롯데마트가 ‘시식 행사는 다른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이 아니라 입주 업체끼리의 경쟁’이라며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가 막히는 일이다. 이런 행태가 대형 마트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금이 가게 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2014-1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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