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기업가 정신의 앞뒷면/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기업가 정신의 앞뒷면/이지운 정치부 차장

입력 2014-02-04 00:00
수정 2014-02-0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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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정치부 차장
이지운 정치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자 재계는 크게 기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앞다퉈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경제활성화를 꾀하려는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한다. 경영 환경 개선에 힘써 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경총의 성명이다.“‘기업가 정신’을 회복하도록…”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뒤이은 박 대통령의 새해 첫 해외 순방의 키워드 중 하나였다.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할 새로운 것으로 ‘다보스 컨센서스’를 만들어 내자면서 ‘기업가 정신’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한계 상황을 뛰어넘어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재편해 나갈 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면서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리더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양할 경제·사회·정치·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해달라”고 요청했다.

재계는 더욱 기뻐했다. 어떤 전문가는 ‘경제민주화에 죽은 기업가 정신, 박 대통령이 살려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 시점에 기업가 정신이라는 용어를 내세운 정치적 감각은 새롭다”고 평가했다. “기업가 정신은 제도 개혁을 통해 경제활성화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가는 경제민주화란 깃발에 기가 죽었고, 국회의 후속 입법으로 경제 도전 정신이 훼손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줄곧 경영 환경의 개선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앞에 두고 “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도 거듭 약속했다.

재계는 충분히 기뻐할 만하지만 생각해 볼 점은 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개념이다. 이에 대한 박 대통령과 재계의 인식이 온전히 일치하는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의 기업가 정신이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의 이론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부터 비교해볼 일이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창했고, 특히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강조했다. 또한 어떤 ‘새로운 것’을 포함하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았더니 기업가정신을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박 대통령의 기업가 정신이 기업 또는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과는 무관한지도 챙겨봐야 한다.

만약 전혀 무관하지 않다면 앞선 칼럼의 지적처럼 박 대통령의 기업가 정신에는 상당한 ‘정치적 감각’이 묻어 있을 수 있다. 지난 대선 전부터 시작해 줄곧 대립된 개념으로 평행선을 그려온 경제 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대체하거나 개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해나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켜봐야겠지만 그런 점에서라면 ‘기업가 정신’은 집권 2년차 박 대통령이 소리 없이 내놓은 화두일 수 있다.

jj@seoul.co.kr
2014-02-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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