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절하로 어제 1135원 마감
‘분쟁’ 봉합 땐 1090원까지 하락 예상美 경기 경착륙하면 다시 급등 가능성
중국이 24일 미국의 ‘환율 조작’ 압박에도 보란 듯이 위안화 가치를 또다시 절하(환율 인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기존 궤도를 이탈했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달부터 위안화와 한 배를 탄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원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르냐에 쏠린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44% 오른 달러당 6.7891위안으로 고시했다. 역외 시장에서 환율은 6.83위안을 넘어섰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3.80원 오른 1135.20원에 마감했다.
이날 위안화 절하는 중국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라기보다는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이 이어져 엔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랐다”고 짚었다.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위안화는 물론 중국 경제와 밀접한 원화까지 출렁인다는 해석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면서 자본 유출을 차단해야 하는 중국 정부 역시 위안화 강세를 원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는 셈이다.
결국 향후 환율의 방향성은 무역전쟁의 향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9~10월쯤 무역전쟁이 봉합돼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가 위안화에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도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넘길 수 있지만 미·중 모두 위안화 약세를 원하지 않아 내려올 것”이라면서 “원·달러 환율도 3분기에 달러당 1150원을 찍은 뒤 연말에는 109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주춤하면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무역전쟁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개 양상에 따라서 환율이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면서 “내년 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경기 정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지거나 미국 경기가 경착륙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8-07-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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